美국채 투매 따른 금융위기 우려에 관세강행 부담

■ 트럼프 상호관세 유예, 왜

“국채시장 매우 까다로워”
中의 EU 우군확보 견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발효 13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90일간 유예하고 나선 것은 관세 충격으로 미국 국채 수익률(금리)이 급등하는 등 금융위기 불안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 전쟁 와중에 반(反)트럼프 우군 확보에 나서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의 상호관세 유예 이유 질문에 “사람들이 약간 겁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국채 시장의 반응 때문에 관세를 유예했냐는 질문에 “난 국채 시장을 보고 있었다. 국채 시장은 매우 까다롭다”면서 “내가 어젯밤에 보니까 사람들이 좀 불안해하더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가운데 국채 투매로 장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는데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 미국 국채 수익률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시작한 이후 급등했다. 미국 국채 기준물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 상호관세 발효(0시 1분) 직후 4.516%까지 치솟았다. 지난 주말(4일)까지만 해도 4%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0.5%포인트 이상 급등한 것이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최근 3거래일 동안 0.4%포인트가량 급등하며 이날 한때 5%를 돌파하는 등 2020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막대한 채무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이자 부담이 늘어 재정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트럼프 행정부도 출범 이후 줄곧 국채 금리를 낮추는 것이 목표란 점을 반복적으로 밝힌 바 있다.

중국이 트럼프 관세에 대한 반발을 이용해 한·일과 유럽연합(EU) 등 미국 동맹과 밀착하며 반트럼프 전략적 연대에 나선 점도 관세 강행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은 한국에서 열린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에서 한국, 일본과의 경제·통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오는 7월에는 EU와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75개가 넘는 국가가 접촉해 왔기 때문”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협상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90일을 유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