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장중 금융위기 후 최고치… “한국 펀더멘털 의구심 확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금융시장 비상’ 경제장관회의 최상목(오른쪽 네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관세 폭탄’ 장중 1480원 돌파

1484원으로 개장했다가 등락 반복
외환당국 개입 환율방어 정황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달러 약세
골드만삭스 “미 침체확률 35% → 45%”

미국발 관세 충격에 글로벌 외환시장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한편, 달러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약세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통화가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원화는 더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 9일 국가별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원화 가치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1500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추락했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관세 협상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시사한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엔화와 스위스프랑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150엔 선에서 최근 145엔 선까지 내렸다. 안전자산으로서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그간 약세였던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역시 안전통화로 꼽히는 스위스프랑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스위스프랑·달러 환율은 0.88스위스프랑에서 0.84스위스프랑으로 하락했다. 스위스프랑은 지난 2일 상호관세 발표 이후 달러 대비 가치가 4% 상승했다.

유로화는 이미 지난달부터 강세장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소속 국가들이 미국의 관세정책에 맞서 대규모 군비 증강과 경기부양 정책 등을 밝히고 있어서다. 1유로당 달러 가치는 이날 1.09달러로 전장보다 0.35% 상승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5.81% 높아졌다.

달러 가치는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한 경기침체 위기에 하락하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102 수준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35%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맞불 관세로 통상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는 중국 위안화도 약세다. 간밤 위안·달러 환율은 역대 최고 수준인 7.39위안까지 올랐다.

특히, 원화는 미국발 관세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약세가 계속해서 심화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1487.6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새로 썼다.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전날 주간거래 종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뒤에도 고점을 계속해서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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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에도 원·달러 환율이 이처럼 ‘고공행진’하는 것은 결국 원화 고유의 약세 요인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날 환율이 장중 1470원대로 하락하기도 해 외환 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외환 당국이 일단 1500선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1480원 선을 두고 당국과 외환 시장 참가자들이 당분간 공방을 주고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 부총재를 지낸 이승헌 숭실대 교수는 “단순히 시장 불안정성을 넘어서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미 중국과 여러 산업에서 수출 경쟁 관계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교역 위축의 타격을 이중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1.2%에서 0.9%로 내린 데 이어 0.7%로 또다시 하향 조정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